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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기억력을 망친다고? 과학은 뭐라고 말할까

by winnie2725 2025. 4. 15.

스마트폰이 기억력을 망친다고? 과학은 뭐라고 말할까? 디지털 기기 시대, 우리의 뇌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가. 스마트폰의 편리함, 기억의 퇴화를 부른 주범일까?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전화는 물론이고, 메신저, 일정관리, 지도, 검색, 메모, 알람, 사진기까지 모든 기능이 이 작은 기계 하나에 집약되어 있다. 우리는 이제 중요한 정보를 외울 필요가 없고, 누군가의 연락처나 약속 시간조차 외우지 않는다.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고, 필요할 때마다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편리함이 기억력을 퇴화시키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스마트폰이 기억력을 망친다고? 과학은 뭐라고 말할까
스마트폰이 기억력을 망친다고? 과학은 뭐라고 말할까

 

 

실제로 "디지털 건망증"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다. 글로벌 보안 기업 카스퍼스키의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중 다수는 중요한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지 않고 기기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전화번호조차 스마트폰에 저장해두고, 정작 자신의 머리로는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기억력 저하를 넘어서,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는 여전히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뇌는 그 정보를 ‘기억해야 할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언제든 다시 꺼내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억의 동기는 줄어들고, 정보는 외부 저장소에 의존하게 된다.

 

1. 과학은 뭐라고 말하나 - 외주화된 기억, 새로운 뇌의 전략?


뇌과학자들과 인지심리학자들은 스마트폰이 기억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인 대니얼 웨그너는 "구글 효과"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사람들이 정보를 외부 저장소—예를 들어 인터넷—에 저장된다고 믿으면, 그 정보를 직접 기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를 “트랜스액티브 메모리 시스템”의 일종으로 해석했다. 원래 이 시스템은 인간관계 안에서 작동하던 메커니즘이다. 부부가 각각 다른 정보를 기억하고, 필요할 때 서로에게 묻는 것처럼,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하나의 외부 기억 파트너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뇌는 정보를 기억하는 대신, 그 정보가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 어떻게 꺼내는지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부 기억 장치를 통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사고의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뇌가 ‘기억’ 자체를 덜 하게 되면서 생기는 문제점도 분명 존재한다. 예컨대 깊은 통찰이나 창의적 사고는 다수의 정보를 장기 기억 안에서 연결지을 때 가능한데, 장기 기억이 약해질수록 이러한 사고 과정은 위축될 수 있다.

 

2. 기억을 검색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스마트폰은 기억의 도구이자, 동시에 망각의 원인이기도 하다. 기억의 외주화는 즉각적인 편리를 제공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율적인 사고와 감정의 깊이를 얕게 만들 수 있다. 인간의 기억은 단순한 정보 저장소가 아니다. 기억은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정체성’을 구성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해주는 정신적 지주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기억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우리는 점점 덜 기억하고, 덜 사유하게 된다. 무언가를 곱씹고 떠올리는 시간 대신 검색하고 넘기는 시간이 많아진다. 이는 사고의 지속력을 떨어뜨리고, 주의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수록 집중력과 작업 기억 능력이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감정적 기억의 약화다. 인간은 단지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에 얽힌 감정과 맥락을 함께 떠올린다. 첫사랑의 얼굴, 할머니의 냄새, 비 오는 날 듣던 노래처럼, 우리의 기억은 오감과 감정이 겹겹이 덧입혀져야 진짜 기억이 된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기록은 감각과 감정을 제거한, 냉정한 데이터일 뿐이다. 우리는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기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3. 기억은 기술에 맡겨도 되는가?


기억의 외주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더 빠르게 검색하며, 더 정확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 시대를 가능케 한 핵심 도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억을 기술에 맡겨도 되는 것은 아니다. 기억은 단지 정보를 담는 창고가 아니라, 나 자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과 기억 사이에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메모하거나 저장하는 습관은 유지하되, 감정과 의미를 담은 기억은 직접 간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누군가와의 특별한 대화를 사진이나 녹음이 아니라, 마음으로 다시 떠올리고 되새겨보는 것만으로도 기억은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또한 ‘기억하는 습관’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하루를 되돌아보며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 글이나 일기로 기록하는 습관, 친구들과 경험을 나누는 대화를 자주 갖는 것만으로도 뇌는 기억하는 힘을 되살릴 수 있다. 기술이 주는 효율 속에서도, 기억은 여전히 인간다움의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고, 그 변화는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그 변화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내가 기억하지 않는 순간, 나는 누구인가?" 스마트폰은 우리가 무엇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지만, 기억할 ‘의지’까지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기억은 결국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 스스로 책임져야 할 내면의 작업이다. 기술의 시대일수록, 그 인간적인 기억의 힘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스마트폰은 기억을 저장하는 기계이지만, 기억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일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기억은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체험과 감정, 맥락이 결합된 살아 있는 구조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쌓아두더라도, 그것이 곧 기억이 되지는 않는다. 인간의 기억은 대체 불가능하며, 기술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의식적으로 경험하고, 그 경험을 어떻게 내면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기억의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눈앞의 현실을 직접 체험하는 순간들, 그것이야말로 진짜 기억이 되는 시작점이다. 기술을 이용하되, 인간으로서의 감각과 기억의 능력을 놓치지 않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균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