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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많은 걸 기록하고, 너무 적게 기억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걸 기록하고, 너무 적게 기억한다. 기록의 시대, 기억은 왜 희미해지는가.디지털 기술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을 기록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었다. 스마트폰 하나면 하루 일과는 물론, 음성, 영상, 위치 정보까지 빠짐없이 남길 수 있다. 우리는 걷는 거리, 먹는 음식, 대화의 일부마저 앱을 통해 저장한다. 구글 포토는 몇 년 전 오늘의 사진을 보여주고, 인스타그램은 오래된 게시물을 리마인드해준다. 어느새 우리는 우리의 삶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무엇을 ‘기억’하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망설여진다. 사진첩을 뒤적여야 하고, 캘린더를 열어야 한다. 기록은 넘치지만, 그 안에서 떠오르는 감정이나 온전한 장면은 점점 희미해진다. 이는 단순한 기억력.. 2025. 4. 23.
추억을 꺼내는 일은 점점 기계의 몫이 되어간다 추억을 꺼내는 일은 점점 기계의 몫이 되어간다. 추억을 떠올리는 방식이 달라졌다.예전에는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혹은 오래된 일기장을 다시 펼쳐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들고, 그 사진 속 사람과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당시의 감정과 분위기가 되살아났다. 추억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었다. 인간만이 경험을 감정으로 저장하고, 그것을 상황에 따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기억을 ‘기계’가 먼저 불러낸다. 스마트폰 속 구글 포토나 애플 포토는 매일 ‘몇 년 전 오늘’을 자동으로 보여준다. AI는 사진 속 사람들의 얼굴을 분류하고, 위치 정보를 분석하여 우리에게 ‘이날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고 말하듯 푸시 알림을 보낸다. 우리가 먼저 떠올.. 2025. 4. 22.
사진은 남는데, 마음에는 남지 않는다 사진은 남는데, 마음에는 남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순간, 우리는 경험에서 한 발짝 물러선다.언제부터였을까. 우리는 중요한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예쁜 풍경을 보면 찍고,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먼저 사진을 남긴다.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찰나에도, 사진으로 남겨야 기억할 수 있다는 듯, 누군가는 셔터를 누른다.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사진을 찍는 순간 우리는 그 경험의 중심에서 물러서고 만다. 찰나의 감동은 이제 ‘기록해야 할 무엇’으로 바뀌었다. 감탄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경험되고, 기쁨은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를 통해 증명된다.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기보다는, 그 순간을 남기기 위해 애쓰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사진은 남았지만, 정작 그 순간의 .. 2025. 4. 22.
디지털 저장소 속에 갇힌 나의 '진짜 기억' 디지털 저장소 속에 갇힌 나의 '진짜 기억'우리는 매일같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풍경, 음식, 셀카, 친구와의 만남, 특별하지 않은 일상조차도 카메라 앱을 통해 디지털 이미지로 저장된다. 그렇게 쌓인 사진은 구글 포토, 아이클라우드, 네이버 마이박스 같은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백업되고,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다. 손 안의 작은 장치는 우리가 경험한 거의 모든 순간을 이미지로 포착해 저장해 주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장면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사진이 많아질수록, 기억은 오히려 흐릿해진다. 과거에는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해 필름을 아껴 써야 했고, 촬영한 사진을 현상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정성과 간절함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 장면을 오랫동안 간직했다. 그러나.. 2025. 4. 19.
구글 포토 속 내 과거는 나보다 나를 더 잘 기억한다 구글 포토 속 내 과거는 나보다 나를 더 잘 기억한다아침에 스마트폰을 열자, 구글 포토가 "2년 전 오늘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몇 장을 띄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웃고 있는 나와 친구들, 그날의 기분까지 떠오를 만큼 생생한 장면이다. 그런데 이상한 감정이 든다. 나는 그날을 분명 잊고 있었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하루가, 무심코 켜본 앱 하나로 갑자기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구글 포토는 단순한 사진 저장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기억을 보조하고, 때로는 대신하며, 우리 삶을 ‘재구성’하는 기술이다. 수천 장의 사진 중에서도 어떤 날의 장면을 ‘특별한 기억’으로 선정하고, 의미 있는 날로 부각시키는 알고리즘은 인간보다 더 체계적이고 잊지 않는다. 이러한 기술은 분명 편리하다. 우리는 촬.. 2025. 4. 18.
AI가 기억하는 나, 인간은 무엇을 책임지는가 AI가 기억하는 나, 인간은 무엇을 책임지는가.과거의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머릿속에 저장하며 살아왔다. 기억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행위를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를 규정하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실존적 끈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이 기억의 주체를 점점 인간에서 기술로 옮기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문자, 음성, 이미지, 위치 정보는 물론, 우리의 행동 패턴과 감정 반응까지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다. 나보다 나를 더 많이 기억하는 기계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SNS 타임라인을 통해 몇 년 전의 감정을 되새기고, 사진 앱이 자동으로 만든 ‘올해의 순간’을 보며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사건을 다시 떠올린다. AI는 우리 일상의 조각을 끊임없이 수집하고 축적하며, 기억을 되살리는.. 2025.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