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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한 게 아니라 배워볼 기회조차 없었다 거부한 게 아니라 배워볼 기회조차 없었다. 노인과 기술, 오해의 간극.“노인은 기술을 싫어해.”이 말은 언제부턴가 사회 전반에 퍼진 일종의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았다. 은행에서 창구 업무 대신 앱을 요구할 때,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마주할 때,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너무 쉽게 “이해 못 하는 세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사실 많은 노인들은 기술을 '거부'한 적이 없다. 그보다는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동안,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갖지 못했을 뿐이다. 디지털 기기는 어느 순간 일상의 전부가 되었고, 사람들은 점점 설명 없이도 기계를 다루는 전제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노인들은 ‘알아듣기 어려운 언어’, ‘복잡한 절차’, ‘누르기 어려운 화면’ 앞에.. 2025. 5. 3.
키오스크 앞에서 멈춘 노인, 그 순간의 이야기 키오스크 앞에서 멈춘 노인, 그 순간의 이야기. 편리함 뒤에 남겨진 사람들.요즘 우리는 어디에서나 키오스크를 만난다. 햄버거 가게, 카페, 음식점, 심지어 병원과 관공서까지. ‘비대면’, ‘무인’이라는 이름으로 점점 더 많은 공간에서 사람이 아닌 기계가 주문과 결제를 대신한다. 누구에게나 간편해 보이는 시스템이지만, 이 편리함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키오스크 앞에서 멈춰 서 있는 노인들이 바로 그렇다. 어느 날, 패스트푸드점에서 마주친 한 노인의 모습이 기억난다. 주문을 하려던 노인은 키오스크 앞에 서서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메뉴는 화려한 이미지와 버튼으로 가득했고, ‘원하는 메뉴를 터치하세요’라는 문구가 크게 떠 있었다. 하지만 화면 앞에 선 노인은 무엇을 눌러야 할지.. 2025. 5. 1.
디지털 세상에서 노인은 왜 점점 투명해지는가 디지털 세상에서 노인은 왜 점점 투명해지는가. 기술은 노인을 지나쳐간다.디지털 전환은 마치 자연재해처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인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밥을 주문하고, 키오스크로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은행 업무는 앱으로 처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세계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열려 있는가? 특히 노인에게 디지털 세상은 ‘기회’가 아니라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은 원래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술이 특정 세대의 기준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그 결과 많은 노인이 그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한 인터페이스와 언어, 상징들이 노인에게는 낯설고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가 줄어들고 키오스크만 남게 되었을 때, 기술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 2025. 4. 29.
기술이 낯선 게 아니라, 배제당한 것이다 기술이 낯선 게 아니라, 배제당한 것이다. 노인과 기술 사이의 거리를 만든 건 누구인가.현대 사회는 기술의 발전을 진보의 상징으로 여긴다. 스마트폰 하나로 식사를 주문하고, 병원 진료를 예약하며, 교통편까지 해결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기술의 편리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노인 세대는 점점 기술과 멀어지는 존재로 남아가고 있다. 문제는 단지 노인이 기술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데 있지 않다. 기술을 배울 기회가 부족했거나, 새로운 기기를 낯설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보다는 기술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것이 사회에 적용되는 방식에서 노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디지털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2025. 4. 26.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 오늘이 들어설 수 있을까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 오늘이 들어설 수 있을까. 오늘이 오늘일 수 있는 이유는 어제 덕분이다.우리는 흔히 시간을 직선처럼 생각한다.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다. 하지만 정말 시간이 그렇게 나란히 놓여 있는 걸까? 어쩌면 현재는 단순히 과거의 연장선일 뿐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 내리는 결정, 바라보는 시선은 모두 과거의 경험과 기억에서 비롯된다. 오늘이 '오늘'일 수 있는 이유는 어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낯선 방이라면 당황할 것이다. 나는 누구였지? 왜 여기에 있지? 어제의 기억이 없다면 오늘은 단지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일 뿐, 나에게 의미 있는 '하루'가 되기 어렵다. 인간은 하루하루를 쌓아가며 정체성을 형성한다. 기억은 과거를 단순히 되짚는.. 2025. 4. 24.
잊지 않기 위해 기록했는데, 기록했으니 잊어도 된다고 믿는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했는데, 기록했으니 잊어도 된다고 믿는다. 기록의 목적은 '기억하기'였는데, 언제부터 달라졌을까.기록은 본래 ‘기억하기 위해’ 존재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벽에 그림을 그리며 사냥 장면을 남기고, 일기를 써가며 감정을 담아왔다. 잊히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도록, 누군가에게 전하고자 기록했다. 기억은 흐려지기 마련이고, 기록은 그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은 일상의 대부분을 기록해주고, 클라우드는 방대한 사진과 음성을 보관한다. 카카오톡 대화 기록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일정 앱은 지난 달의 움직임을 몇 초 단위로 되짚는다. 우리는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는 태도에서 '기록했으니 .. 2025. 4. 23.